"이 악물고 연습, 10년 슬럼프 탈출…DP투어 매운맛 보여줄 것"

입력 2023-01-15 17:50   수정 2023-01-16 00:27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절대 강자’ 없이 출발했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여러 선수가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9월까지 그랬다.

10월부터 구도가 확 달라졌다. ‘10년 슬럼프’를 극복한 김영수(34)가 최대 상금이 걸린 대회(제네시스 챔피언십)와 시즌 최종전(LG시그니처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거푸 거머쥐며 KPGA를 평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김영수는 “작년은 그저 그랬던 나의 골프인생이 튀어오르는 변곡점이었다”며 “올해를 작년보다 더 큰 날개를 펼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좋은 성적을 못 내면 지난해 활약은 ‘그저 운이 좋았던 것’으로 치부될 것”이라며 “김영수가 완벽하게 돌아왔다는 걸 증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슬럼프가 오기 전의 김영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골프 천재’였다. 또래보다 늦은 중학생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4년 만에 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접수’했다. 3년 만에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고, 2007년에 송암배 익성배 허정구배 등 주요 대회를 휩쓸었다.

슬럼프는 소리 소문 없이 그를 찾아왔다. 아마추어 시절 날고 기는 동료들을 물리치고 수없이 들었던 우승 트로피를 2011년 프로로 전향한 뒤론 한번도 품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 디스크도 심해졌다.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 뒤따랐다. 2012년 시작된 통증은 2017년까지 물러나지 않았다.

그래도 골프를 놓지 않았다. 그는 “평생 해온 골프를, 이렇게나 사랑하는 골프를 그만둘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며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거란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허리 통증은 사라졌고 무뎌진 샷도 다시 날카로워졌다. 그토록 염원했던 기회가 11년 만에 찾아왔다.

작년 10월 첫 번째 우승은 그에게 더 많은 기회를 안겨줬다. 제네시스챔피언십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CJ컵은 충격 그 자체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PGA투어 무대였는데, 제가 갖고 있던 골프에 대한 모든 기준과 상식이 깨지는 자리였어요. 선수들의 실력, 기술, 골프장 상태, 모든 것이 충격이었죠.”

이 경험은 그를 더 높은 곳으로 밀어올렸다. PGA투어 선수들의 기술을 눈여겨보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골프에 접목했다. 그는 작년 11월 도레이오픈에서 공동 3위에 오른 데 이어 LG시그니처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퍼트를 꼽았다. 김영수의 지난해 홀당 퍼팅 수는 평균 1.76번으로, 코리안투어 전체 6위에 올랐다. 퍼트 수 톱10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69라운드를 뛰면서 만들어낸 결과다.

그는 “슬럼프 동안 자신감을 잃어 남들처럼 ‘일정하고 간결한’ 퍼팅 스트로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며 “작년 시즌을 시작하면서 ‘남들 따라하지 말고 내 방식대로 해보자. 스트로크보다 공 보내는 방향에 집중하자’고 한 뒤 퍼팅이 잘 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영수는 이제 더 큰 무대에 도전한다. 제네시스 대상으로 시드권을 얻은 DP월드투어와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시리즈에 뛰어든다. PGA투어 대회인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과 제네시스스코티시오픈에도 출전한다. 스타트는 다음달 2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 사우디인터내셔널(총상금 500만달러)이다. 올해 목표는 DP월드투어 시드권을 유지하는 것으로 삼았다. 그는 “한국 대표(코리안투어 대상)로 출전하는 만큼 부끄럽지 않은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월드컵 이후 유행어가 된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의 힘을 저는 요즘 매일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시련이 와도 꺾이지 않고 준비했더니 ‘10년 슬럼프’에 시달렸던 저한테도 기회가 왔잖아요. 노력하는 선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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